2025년 6월 29일 일요일 저녁 7시.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녁 시간,
석촌호수 아뜰리에라는 작은 공연장에서
송파구 기획공연으로 조용히 시작된 한 편의 이야기 같은 무대.
《노래가 된 이야기》의 세 번째 장, **판소리 《판스토리》**였습니다.
호수 곁에서 시작된 이야기
공연장에 들어서기 전,
석촌호수의 잔잔한 풍경을 잠시 바라봤습니다.
바람이 슬쩍 스쳐 지나가고
물이 잔잔히 물결치던 그 시간,
작은 공연장 안은 이미 따뜻한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객석도 크지 않아,
소리꾼과 고수의 숨소리까지 고스란히 느껴질 것 같았어요.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만드는 서사
프로그램북을 펼치자
오늘 무대를 함께할 이름들이 보였습니다.
소리꾼 김송지 님을 중심으로
이정화, 김기진 소리꾼,
고수 최철영, 강지민 님,
그리고 이야기꾼 이지안 님까지.
《판스토리》라는 이름처럼,
이 무대는 이야기를 소리로 풀어내는 곳이었습니다.
춘향가부터 심청가까지, 익숙함이 주는 감동
첫 시작은 **춘향가의 ‘사랑가’**였습니다.
봄날 같은 풋풋함과 설렘이
소리꾼의 목소리를 통해 객석 구석구석 스며들었습니다.
이어진 **‘이별가’**에서는
목소리가 한 올 한 올 애잔함을 풀어냈고
관객들은 어느새 눈빛으로 소리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흥부가의 ‘부자가 된 흥보’,
심청가의 **‘심봉사 눈 뜨는 대목’**까지 이어지며
소리꾼과 고수의 호흡은 한층 더 단단해졌습니다.
장단 위에 피어나는 감정들
특히 김송지 님의 소리는
깊은 곳까지 다녀온 듯한 따뜻함이 있었습니다.
이정화 님의 맑고 깨끗한 음색은
듣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했고,
김기진 님은 또렷한 발성과 표현으로
판소리가 가진 맛을 정확히 살려냈습니다.
무대 뒤편의 고수 최철영, 강지민 님의 장단은
이야기의 리듬을 더 단단히 받쳐주었고,
이야기꾼 이지안 님의 전언은
그 틈을 흐름 있게 이어주었습니다.
깜짝 민요 무대, 손뼉으로 이어진 공감
공연 후반에는
프로그램북에도 없던 깜짝 무대가 이어졌습니다.
소리꾼들이 모두 나와
성주풀이, 새타령등을 불러주었어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익숙한 멜로디.
손뼉으로 박자를 맞추는 관객들,
작게 따라 부르는 목소리들이 모여
작은 공연장이 금세 하나의 큰 마당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은 진도아리랑으로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역시 진도아리랑이었습니다.
소리꾼과 관객이 구분 없이
모두가 하나 되어 후렴구를 함께 부르던 그 순간.
판소리가 가진 진정한 힘은
가르치거나 배워야만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어깨너머로 자연스레 배어드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남은 따뜻한 소리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 길,
호수에 비친 불빛이 살짝 흔들렸습니다.
목소리가, 북소리가, 박수 소리가
여전히 귀에 남아 있었어요.
《판스토리》는
전통 판소리가 얼마나 친근하고 다정한지
다시 한 번 알려준 무대였습니다.
언제든 마음이 지칠 때,
이런 이야기와 소리가 있는 작은 무대를 찾고 싶어 지겠죠.
추천하며
일상에 작은 휴식이 필요하다면,
가족과, 친구와, 혹은 혼자라도
석촌호수 아뜰리에 공연을 보러 가보세요
그날의 호수 바람처럼,
마음속에도 작은 노래 한 자락 남길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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